선 물 - 김현숙(로사리아, 설천)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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2016년 7월 10일 연중 제15주일 사랑방
선 물
김현숙(로사리아, 설천)
"이거 받아요". 불쑥 내미는 검정 비닐봉투. 언젠가 보았던 비닐봉투다.
작년 이맘때쯤 검정 비닐봉투를 손에든 영감님께서 스티로폴 박스를 하나 달라고 하셨다. 마침 애들에게 택배 보낼 때 쓸려고 모아 두었던 작은 박스 하나를 선뜻 내어드렸다.
영감님께서는 박스를 받아 들고 온다 간다 말도 없이 사라지셨다. 고맙다 말도 없이 사라지신 영감님이 조금 서운했지만 금방 잊어버렸다. 그런데 일년도 더 지난 오늘 그 보답으로 고맙다며 쏙을 가지고 오신 것이다. 그것도 쏙으로 반찬을 만들어 식사를 하고 있는데 뜻밖의 선물에 부끄럽고 고마웠다. 영감님께서는 매년 이맘때면 이 고장으로 쏙을 잡으러 오신다고 하셨다. 그날도 "물이 흐르는 쏙을 들고 버스에 탈 수가 없어 박스를 구하러 오셨는데 버스시간이 다되어 그냥 가셨다"고 하였다.
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선물을 받은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.
그 작은 일이 이렇게 큰 기쁨이 되어 돌아올 줄은 몰랐다. 항상 친절한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.
문득 문득 떠오르는 한참지난 성삼일 세족례 예식에 땀을 뻘뻘 흘리시며 우리들의 발을 씻어 입맞춤 해 주셨던 신부님 모습, 안경 밑으로 주르르 흐르는 한줄기 땀방울에 내 마음은 울컥했고 흐르는 눈물을 애써 참으며 미사를 드렸던 성목요일, 신부님의 얼굴이 항상 마음속에 맨돈다.
애경사에 시간을 내어 먼 길까지 관심을 가져 주셨던 모든 분들. 이런 모든 일들이 내 마음 속의 양식이 되어, 일에 발목이 잡혀 매일 미사에 참례하지 못하고 울적해하는 내 마음을 위로해 준다. 하늘엔 구멍이 뚫렸는지 해가 반짝 뜨였는데도 비가 한 방울씩 뚝뚝 떨어진다.
장마철 무더위 속 불쾌지수 높은 날씨에 우리 교우 여러분 건강 잘 챙기시고, 행복한 시간 되시길....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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